초코의 베트남 유학생활이 시작됐다, 강아지 유치원에 보낸다는 게 조금 웃기고 조금 뿌듯했다
처음에는 그냥 낮시간에 초코가 덜 심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베트남은 낮이 정말 덥다.
베트남에서 낮에 돌아다니는 건 외국인이랑 개뿐이라고 했다.
사람이 잠깐 밖에 나가는 것도 망설여질 정도인데, 강아지랑 산책을 길게 하는 건 더 쉽지 않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유치원처럼 낮시간을 보내는 곳에 초코를 보내게 됐다. 이 얘기를 친구들한테 했더니 다들 웃으면서 “초코 유학생활 시작했네”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웃겨서 나도 한참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꽤 잘 어울렸다.
한국에서 태어난 강아지가 베트남에서 유치원에 다니고, 낮시간을 보내고, 사진도 받아보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유학생활 같기도 했다. 별거 아닌데도 괜히 대견하고, 또 조금은 귀여웠다. 초코의 하루가 나보다 더 바빠 보이는 날도 있었다.
유치원 활동사진을 받아보면, 친구들이 초코의 베트남 유학생활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줬다
유치원에서 활동사진을 보내줄 때가 있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괜히 내가 더 흐뭇해진다. 사진 속 초코는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있었다. 처음엔 낯설어하지 않을까, 구석에만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사진을 보면 그런 걱정보다 “어, 제법인데?”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사진을 보여줬더니 하나같이 “초코 유학생활 잘하고 있네” 하고 말해줬다. 그 말이 또 괜히 웃기고 좋았다. 그냥 강아지 유치원 사진인데, 다들 무슨 외국 생활 적응기 보듯이 반응해주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언어만 없을 뿐이지, 초코도 새로운 환경에 가서 새로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건 정말 초코 나름의 베트남 유학생활인지도 모르겠다.

유치원 다녀오면 뻗어서 자지만, 또 나가자고 하면 케이지에 잘 들어가는 걸 보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유치원 다녀온 날의 초코는 정말 잘 잔다. 표현 그대로 뻗어서 잔다. 처음엔 나도 살짝 걱정했다.
너무 피곤한가, 혹시 힘든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또 묘한 게 있다. 다음에 나갈 시간이 되면 케이지에 제법 잘 들어간다. 억지로 숨거나 버티는 느낌이 아니라, 어딘가 익숙한 장소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아, 싫기만 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강아지는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니까 결국 작은 반응들을 보게 된다.
잘 자는 모습, 케이지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모습, 돌아와서 편안해 보이는 표정 같은 것들. 그런 걸 보다 보면 초코도 나름대로 유치원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곤하긴 하지만, 싫은 피곤함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 사람도 잘 놀고 오면 집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리잖아. 초코도 딱 그런 얼굴로 잔다.

베트남의 더운 낮시간을 생각하면, 초코의 베트남 유학생활은 의외로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베트남에서 낮시간은 강아지에게도 쉬운 시간이 아니다. 햇빛은 강하고, 바닥은 뜨겁고, 사람도 쉽게 지친다.
그래서 예전에는 낮에 초코를 데리고 뭘 해야 할지 늘 애매했다. 집에만 있기엔 심심해 보이고, 밖에 나가자니 날씨가 부담스럽고. 그런데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는 그 애매함이 조금 줄었다. 덥고 힘든 시간에 무리해서 밖을 오래 걷는 대신, 안전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게 오히려 더 잘 된 선택처럼 느껴진다.
물론 아직도 가끔은 너무 피곤한 거 아닌가 싶어 초코 얼굴을 한참 볼 때가 있다. 하지만 나가자고 하면 케이지에 쏙 들어가고, 활동사진 속 표정도 나쁘지 않고, 집에 와서는 마음 놓고 자는 걸 보면 이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초코도 지금, 자기 방식대로 베트남 유학생활을 꽤 잘 해내고 있는 중이라고.
